안 내 문

안녕하세요.
그동안 레옹 매거진을 아끼고 사랑해주신 여러분께 안내 말씀 드립니다.


<레옹 코리아>는 2012년 창간호를 발행으로 폭넓게 독자들로부터 사랑을 받아왔습니다.

하지만 인쇄 매체와 잡지 시장이 변화함에 따라 이번 2019년 5월호를 끝으로 휴간을 결정하였습니다.

그동안 <레옹 코리아>를 사랑해주신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 드립니다.




- 레옹 매거진 임직원 일동 -


* 현재 2019년 5월호까지는 정상 발송 되었으며, 구독자분들께는 잔여 개월수 만큼 환급해드릴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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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달 에디터들은 무엇을 샀을까?DEFAULT

2019.02.05

겨울과 봄의 경계에 서 있는 순간, <레옹> 에디터들의 마음을 두드린 물건은 무엇일까요? 취향이 선명한 에디터들이 수집한 이달의 물건을 소개합니다.

니트 베스트는 선물받은 것, 드레익스.

FASHION & BEAUTY EDITOR │ 안기현
2019년에도 ‘미래를 위한 투자’ 운동은 계속됩니다. 한순간에 혹해 지갑을 열지 말고 좀 더 신중하게 돈을 쓰자는 취지로 시작한 운동이죠. 유행보단 취향을 따르는 옷을 사는 것만으로도 확실히 소비가 효율적으로 변하는 것 같습니다. 물론 제일 효율적인 것은 옷을 안 사는 것이겠지만요. 하여튼 조금은 고지식한 옷을 좋아한다고 동네방네 소문을 내고 다닌 덕분인지 올해 생일엔 특별한 선물을 받았습니다. 거친 느낌이 나는 페어 아일 베스트는 어느 화보 촬영 때부터 눈여겨보던 드레익스의 제품입니다. 캐주얼한 옥스퍼드 셔츠와 두툼한울 팬츠 혹은 골이 굵은 코듀로이 팬츠와 곁들여 입으면 참 재밌겠다 싶었죠. 옷을 선물받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옷장에서 옥스퍼드 셔츠, 코듀로이 팬츠를 꺼낸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 이 원고를 쓰는 지금은 울 팬츠와 함께 입고 있습니다. 아마 이 옷은 내년 겨울에도 반갑게 입을 것 같습니다. 아마 내후년에도요. 아니, 어쩌면 평생 입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

 

 

보스턴 퍼 슈즈, 버켄스탁.

DIGITAL EDITOR │ 홍준석
여름 내내 닳도록 신고 다닌 버켄스탁을 겨울에도 신게 될 줄 몰랐습니다. 새하얀 퍼를 접목한 ‘보스턴’을 알기 전까진 말이죠. 안 신어본 사람은 있어도 하나만 신어본 사람은 없다는 버켄스탁의 명성처럼, 편안한 착용감은 물론이고 추위를 녹여버릴 따듯함까지 갖춘 슈즈입니다. 복슬복슬한 퍼안으로 발을 집어넣으면 이 세상의 것이 아닌 듯한 온도가 발끝부터 온몸을 타고 올라옵니다. 게다가 보스턴 특유의 묵직하고 단정한 실루엣을 갖추고 있어 겨우내 사무실에서 유용하게 신을 수 있죠. 사실 그동안 내색하지는 못했지만 멋 내느라 매일같이 신던 가죽 부츠는 발이 많이 시렸거든요.

 

 

운동화, 메종 마르지엘라.

FASHION & BEAUTY EDITOR │ 홍혜선
3번째입니다. 첫 만남은 순진한 흰색이었고, 2번째는 윤기가 철철 흐르는 벨벳 소재의 검은색, 이번엔 야무진 빨간색으로 골랐습니다. 잘 입고 잘 쓰는 물건에 한번 혹하면 같은 걸 계속 고집하는 편인데, 분명 이것은 취향의 영역에 속하는 것이겠지요. ‘쿵짝’이 잘 맞는 남자 에디터 2명과 함께 쇼핑 목록을 폭포수처럼 공유하는 단체 카톡방이 있습니다. 여지없이 빨간색 운동화 사진을 투척하고 “살까, 말까” 물었는데 호오가 갈렸습니다. 소녀시대 유리의 고추장 패션이 떠오른다는 메시지와 당장 사버리라는 메시지. 어차피 답은 정해져 있었습니다. 취향을 바꾼다는 것은 마치 피부색을 바꾸라는 말과도 같으니 고추장 패션이라는 의견은 묵살해버렸죠. 이렇게 또 새것 같지 않은 새 운동화를 샀습니다. 4번째는또 어떤 색을 사게 될지 아직은 미정이지만 기준은 늘 같겠죠.

 

 

 

티셔츠, 나인수 사진집 <Angie’s First Marriage>, 모두 스튜디오 n/a.

DIGITAL EDITOR │ 김재경
포토그래퍼 나인수를 처음 만난 지 벌써 5년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와의첫 기억은 이렇습니다. 한여름 날씨보다 뜨거웠던 낡은 자동차, 티셔츠 어깨의 작은 구멍. 이다지도 무신경한 그였지만, 카메라를 들면 누구보다 재빠르고 진지했습니다. 그의 등 뒤에 서서 생각했습니다. ‘참, 멋이 없어 멋있는 사람 같다’라고 말이죠. 얼마 전 그가 첫 사진집을 출간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출간과 함께 을지로에 있는 갤러리 ‘n/a’에서첫 개인전 <Angie’s First Marriage>를 열었다는 소식도 함께요. 반가운 마음에 쫓아간 좁고 낡은 을지로 골목에서 에디터는 사우스캐롤라이나에 사는 한 가족과 마주쳤습니다. 행복한 결혼을 꿈꿨던 앤지와 그녀의 가족 근처를 맴돌면서 그들의 면면을 내밀하게 담아낸 그의 사진들이 벽에서 벽으로 이어졌습니다. 사진 하나하나를 눈으로 삼켜 마음에 담았습니다. 그것으로도 모자라 티셔츠와 그의 첫 사진집 한 권을 구입했죠. 집으로 돌아와 이토 준지의 신간 <인간 실격> 옆자리에 사진집을 나란히 꽂아두었습니다. 좁은 집 안에 무거운 이야깃거리만 늘어가는 요즘입니다.

 

 

캡슐 히터, 드롱기.

DIGITAL DIRECTOR │ 노현진
이사를 했습니다. 작디작은 오피스텔이 어디서 자꾸 생기는지알 수 없는(물론 저도 모르게 산 물건들이겠죠) 잡동사니로 터져 나갈 지경이었거든요. 주말에 틈날 때마다 이 동네 저 동네 집을 보러 다녔는데, 조금 고민하는 사이 누가 채 가거나 마음에 들어 ‘이 집에 살아야겠다’ 하면 이상한 이유로 계약이 무산되곤 했습니다. 그러던 중 우연치 않게 후암동이라는, 나와는 아무런 연이 없는 낯선 동네의 한 집이 눈에확 들어왔죠. 그 자리에서 바로 결정한 후 며칠 전 새로운 터전으로 이사를 했습니다. 거실이 따로 있어서 작은 히터 하나 사면 좋겠다 싶던 찰나, 이 귀여운 물건을 발견했습니다. 드롱기의 캡슐 히터는 작지만 강한 파워를 이용해 난방으로는 잡기 힘든 찬 공기를 빠르게 데워주죠. 드롱기 하면 커피 머신이 먼저 떠오르겠지만 사실 설립 당시 라디에이터를 먼저 선보인 회사라 믿음이 갔습니다. 아직 정리되지 않은 짐으로 집 안이 어수선하지만 몸과 마음은 따뜻하네요.

 

<잡지의 사생활>, 박찬용 지음, 세이지북.

FEATURE EDITOR │ 정세인
모든 직장인이 그렇듯, 일에 대한 고민은 예고 없이 찾아옵니다. 텅 빈 도화지를 받아 든 것 같은 기획 회의, 마감 기간이면 새벽까지 이어지는 야근은 결코 대단하거나 특별하다고 할 수 없는 잡지 에디터의 일상입니다. 제가 아는 에디터 중 가장 재미있는 글을 쓰는 <B>의 박찬용 에디터가 신간을 펴냈습니다. 잡지 밥을 먹고사는 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죠. 잡지에는 왜 비싼 물건만 나오는지, 인물 섭외는 어떻게 이뤄지는지, 잡지는 정말 사양 산업인지 등등. 키득거리며 읽다가 코끝이 찡해지기도 했고, 책을 덮을 즈음엔 다시 책상에 앉아 키보드를 두드릴 용기를 얻었습니다. 잡지를 좋아하거나 저 사람들이 도대체 무슨 일을 하는지 궁금한 분들, 또는 잡지 에디터가 되고 싶(다면 말리고 싶습니다만)은 마음을 품은 분들이 읽어도 좋을 책입니다. 다음 달에도 힘을 낼 수 있도록 책상 한편에 놓아두어야겠습니다.

2019년 2월호 MORE
EDITOR 레옹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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